지난 주말은 친구들과 함께 여주 아울렛을 살짝 다녀왔는데요, 그 길에 가보고 싶었던 여주 한정식이 있어 방문하게 됐어요. 한 끼로 너무나 완벽한 밥상이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기는 살짝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요, 태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현진에버빌1차 쪽으로 경충대로를 타고 쭉 올라오시면 됩니다. 현대셀프주유소 바로 지나면 찾을 수 있어요.

밥 먹고 난 뒤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었는데요, 저희는 점심식사 시간이 살짝 지나고 가서 그런가 매장 주차장에도 여유가 있더라고요. 참고로 여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깔끔하면서도 생각보다 넓은 실내가 눈에 들어왔어요. 단체석으로 활용해도 좋을 테이블이 쫙 펼쳐져 있었습니다. 관리도 잘하는지 상도 반짝거리는 게 믿음직스럽더라고요.

한 쪽에는 경기화성에서 나오는 수향미가 쌓여있었습니다. 한정식이니 밥맛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고품질의 쌀을 사용하는 걸 보니 벌써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는 다양하게 있습니다. 제육볶음, 생선구이, 황태구이까지. 저희는 다양하게 먹어보고자 각 메뉴를 다 주문해봤어요. 밥은 돌솥밥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정감이 확 느껴지더라고요.

참고로 이렇게 한상차림을 주문하면 되는데요, 4인 기준이었는데 저희도 마침 네 명이서 간 거라 딱 이거다! 싶어 이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고등어, 제육, 황태, 갈치를 먹을 수 있게 됐어요.

밑반찬도 푸짐하고 한 사람당 국도 따로 주고 테이블이 꽉 들어차서 이렇게 푸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메인 반찬까지 넉넉하니 집밥보다 더 귀한 여주 한정식이다 싶었어요.

먼저 살펴본 건 반찬들이에요. 총각김치부터 도라지, 콩나물, 시금치무침, 감자조림 등등 다채롭게 나오는데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더라고요. 하나같이 때깔도 좋고 눈으로만 봐도 먹음직스러웠어요.

예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미역줄기인데 지금은 이 맛의 진가를 알게 되었답니다. 은은한 바다향과 함께 짭쪼름한 간까지 딱 적당해서 꼬득꼬득 씹는 맛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다음으로 먹어본 건 두부조림이에요. 매콤짭짤하니 사실 이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맛이었는데요, 사장님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반찬부터 끝없이 들어가더라고요.

겉은 붉은 양념을 입고 있지만 먹기 좋게 잘라보면 뽀얀 두부의 속살이 드러나는데요, 은은한 칼칼함이 안까지 꽉 들어차 있어서 깊은 맛이 제대로였습니다.

반찬부터 먹고 있으면 따끈한 솥밥이 등장하는데요, 요즘에는 이런 돌솥에는 주는 곳이 많이 없어 더욱 반가웠어요. 뚜껑을 여는 순간 고소하고 진한 밥향이 살살 올라오는데 역시 갓 지은 냄새는 이길 게 없다 느껴졌어요.

고슬고슬 잘 지어진 쌀밥부터 한입 그대로 먹어보는데 여주 한정식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밥맛이 꿀맛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옆에 그릇에 밥을 다 덜어놓은 다음에 솥에는 숭늉을 만들기 위해 물을 부어놔야 해요. 배가 아무리 불러도 누룽지까지 먹어줘야 한정식을 완벽하게 즐겼다고 말할 수 있죠. 이 구수함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최상의 맛이었어요.

밑에 살짝 누른 밥이 촉촉하게 수분까지 머금으니까 입에서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달짝지근한 밥의 맛도 진하게 느껴지고 이것만 먹는데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몇 번을 감탄했는지 모르겠어요.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등어가 탐스럽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들었어요. 살점이 엄청 통통해서 발라 먹을 게 정말 많더라고요. 그냥 흰쌀밥 위에 한 점 집어 올리고 먹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아쉬울 게 없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짜기만 한 것도 아니라서 살점만 한가득 입에 넣어도 적당한 고소함과 담백함이 풍성하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여주 한정식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로 손꼽고 싶었습니다.

거의 반 마리를 저 혼자 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요, 반찬들과의 케미도 좋고 어떻게 즐겨도 맛있었어요. 거기다 겉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니 기름기도 쫙 빠져있어서 질리지도 않고 무한대로 들어가고요.

가자미와 갈치는 튀긴듯 구운듯 준비가 되었어요. 집에서는 구울 때 냄새나 이런 것들로 인해 쉽게 생선구이를 해먹지 못하는데, 여주 한정식 덕분에 오랜만에 이 맛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한 한 끼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재료들을 어디서 다 공수하는지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보는데 묵직함부터가 달랐어요. 칼집도 잘 내서 속까지 완벽하게 익었는데요, 다들 먹느라 대화를 잊을 정도로 이 맛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고민하다 이번에는 누룽지와 곁들여봤어요. 고소한 맛을 품은 두 가지가 동시에 만나니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황태구이는 매콤한 양념장을 입고 있기 때문에 향부터 다른 것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눈으로 보기에는 엄청 매콤해 보이지만 실제로 먹으면 달달함이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어요.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었기 때문에 다른 생선들과는 다른 느낌이 입안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한정식 메뉴로도 좋지만 가볍게 안주삼아 먹기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숟가락을 쌀밥으로 가득 채운 다음 그 위에 황태를 얹어봤어요. 비주얼부터 다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케미가 남다르더라고요.

물고기 반찬도 너무 좋지만 밥상에 또 고기 없으면 약간 서운해지는 마음, 다들 공감하시죠? 특히 이런 한정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제육볶음은 있어줘야 상이 반짝반짝 빛이 나거든요.

물기 없이 제대로 볶아진 제육볶음이라 한 점 집어들었을 때도 반지르르한 윤기가 제대로 돌고 있었어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그 모습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라 친숙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밥반찬으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거기 때문에 다들 말 없이 젓가락질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이건 진짜 누가 시켜도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 같았는데요, 정말 실패할 수 없는 메뉴에요.

너무 마른 반찬들만 먹으면 또 살짝 물기가 필요한 것이 국물이 간절해집니다. 그럴 때 구원투수가 되는 게 얼큰시원한 콩나물국이에요. 한 사람당 한 그릇씩 주시고 그 양도 엄청 넉넉하게 떠주셔서 정이 이런거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콩나물도 아삭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한술 뜨는 순간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속까지 편안해지는 게 다음 한 입을 준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어요. 다른 음식들은 정신 없이 계속 먹게 되는데 이건 약간의 쉼을 선물하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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